님, 요~기 위에 날짜 옆에 D-day 눈치채셨나요? 숫자를 보면 D-day가 언제인지는 곰방 알아보실 테고, 그렇다면 1년 동안 미숙둥절은 뭘 바라고, 뭘 하면서 저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걸까요 😆 님이 지금 받아보시는 레터, ‘미숙한이야기’의 ‘수명 연장의 꿈’을 결정하는 날입니다. 🤣 올봄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친구의 은근한 권유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덜컥, 스티비 레터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딩동^딩동^ 감동스러운 피드백 감사랑~해요!! 일일이 답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여기 이렇게라도 💕 그럴수록 맹숭맹숭 밋밋하기 짝이 없는 미숙둥절의 일상 가운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미숙둥절과 님이 서로에게 마중물 같은 존재가 될까, 뒤늦은 고민이 깊어만 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내린 결정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년만 보내보자. 그리고 그때 나와 나의 이야기를 둘러보고 결정을 내리자!’ 랍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미숙한이야기’부터 D-day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미숙둥절과 미숙한이야기의 우당탕탕 성장 일기를 너그러운 눈빛, 솜사탕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님, 연휴에 잘 쉬셨나요? 미숙둥절은 매년 8월 16일이면 마치 휘~익, 후반전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답니다. 다시 일상이라는 축구장으로 돌아온 아침, 만땅으로 충전된 에너지 뿜뿜~~^^하면서 푸른 잔디밭으로 뛰어들어요. 앗! 어쩌면 지난 주말 출근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예전 광고문구대로 남다른 꿀맛 같은 휴식을 누리셔야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엉뚱쌩뚱 둥절력!! 안 해도 될 뭔가를 집중해서 잠깐 하는 거죠 ㅎㅎ. 뚜두두두(🔦🔎) 방 안을 스캔했습니다. 그때 눈에 띈 것은 TV리모콘. TV 너무 좋아하는 미숙둥절은 곧장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리모콘을 향해 걸었·····, 그러다가 방구석에서 나를 기다리는 미완성 서각 작품(?!!ㅎㅎ)을 발견하고 방향 전환, 조각도와 나무를 들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뚝딱, 뚝, 뚝, 뚝, 딱, 딱.

요 때는 둥절력 대신 한 가지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상승하면서 흩어졌던 마음이 모아지고 차분하게 내려앉아요. 자그마한 망치가 조각도를 두드리고, 조각도는 매끈한 나무를 작은 조각으로 끊어내면서 무늬라는 것이 만들어집니다. 이 무늬를 내 마음대로 낼 수 있으면 작품 활동하는 작가일 텐데, 미숙둥절은 무슨 형태라도 만들어지기만 하면 그저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어쭙잖은 초보입니다.  

그렇게 어설프기 그지없는 자신을 마주한 순간엔 둔감 지수를 살짝 끌어올리며 피식 미소를 짓게되죠, 미소력 급 상승 구간이랄까요! 미숙둥절은 이름값하느라 그러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구간을 지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빠릿빠릿한 척척박사였으면 좋겠는데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각종 능력치가 소진되고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깡통 로봇인 기분 😬🤢 그러니 다시 모든 부품 다 갈아 끼고 변신 로봇처럼 전혀 다른 인물이 되고 싶은 ‘동경 지수’가 치솟죠.

님은 어떠세요?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보고 싶지 않으세요? 현재의 삶이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묻는 게 아니랍니다. 사실 미숙둥절은 지금이 딱 좋아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다 이루고 만족스럽기 때문은 결코 아니에요. 허당 만렙, 투덜 만땅, 까칠 짱, 매력 꽝, 경제력 꽝, 연애력 꽝, 뭐 대충 이렇지만 그런 미숙둥절을 끄덕끄덕 수긍하고 끌어안고 사니 매일이 아주 유치 찬란해도 ‘나름’ 재미 있게 지낼 뿐이죵. 그래서, 그러니, 그럼에도 늘 어딘가 이곳이 아닌 저곳, 내가 아닌 저 사람을 꿈꿔요.  

핑크빛 자켓에 와이셔츠 깃을 한쪽만 세우고, 동글동글 진주 목걸이---  내 눈이 맞는지 의심스러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진주 목걸이가 맞았어요. 굵기도 어찌나 굵은지---를 하고 정우성과 예능에서 활짝 소리 내어 웃는 이정재를 보고, “왜?!! 지금 저기서 🤔😆 뭐 하는 거야?” 의아해했어요.

알고 보니 글쎄 그가,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하고 묻던 그가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고 그러더군요. 청담동 부부, 정우성과 함께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헌트>를 그가 찍었다고요. 톱스타 배우가 잔잔한 멜로도 아닌 대규모 액션 첩보 영화 <헌트>의 메가폰을 잡다니, 🔔 기분 좋은 충격이었어요. 저렇게 변신할 수도 있구나!!

그때 머릿속에 오버랩 되던 영화 <화차>. 그건 아마도 미숙둥절이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중간 광고에서 이선균이 던지는 질문 때문일 겁니다. 효과 좋은 천연 비타민을 선전하는 광고인데, 알리올리오 파스타 같은 목소리로 그가 계속 묻거든요 “이름이 뭡니까?”

영화 <화차>에서 애견샵을 운영하는 문호(이선균)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약혼녀 선영(김민희)과 함께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릅니다. 커피 사들고 돌아온 문호 앞에는 텅 빈 차만 덩그러니. 조금 전까지 자신과 함께 했던 선영이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어요. 그런데 도무지 찾을 길이 없습니다. 강선영이라는 인물은 죽은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그 앞에서 생글거리며 웃었던 선영이는 과연 누구죠? 문호는 지금껏 누구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꿈꾼 것일까요?

사채업자의 마수에서 헤어날 길 없는 삶에 넌더리가 난 여인 차경선(김민희), 그녀가 바로 강선영입니다.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차경선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강선영을 살해하고 그녀로 둔갑해서 살고 있었죠. 그렇지만 아무리 달라지고 싶고, 지금과 다른 삶을 동경해도 우리는 차경선처럼 못 하잖아요.  

미숙둥절은 우선 환경을 바꿉니다. 다른 장소에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죠. 타인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나태한 심리 탓에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 미묘한 변화와 몰이해가 밤에 조용히 내리는 함박눈처럼 수북이 쌓여 상대를 향해 가는 길을 전혀 분간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터지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미숙둥절은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감성력과 민감력은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노력하면서 필요할 때 용감하게 불성실을 택하고 익숙한 장소와 친숙한 사람들에게서 빠져나오죠. 매정하고 차갑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대신, 혼자만의 착각으로 상대를 오해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살피려 애써요👺

하지만 다른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미숙둥절의 생각을 바꾸고 시선의 각도를 바꾸는 거죠. 독서, 만남, 대화, 혼자만의 사색 ······ 인문학이 성큼 들어서는 대목이 되는 거죠. 일상이 흥미로운 이유가 되구요. 님은 어떤 꿀팁을 가지고 계신가요?🤣  

중국어를 무쟈~게 잘하고 싶은 미숙둥절이 이번주에 번역 훈련하며 님과 나누고 싶었던 문장은 박노해님의 짧은 시 <경계警戒>입니다.

님, 우리 어제와는 살짝 다른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그리고 옆 사람을 바라볼까요?

그리고 열심히 발견해 보죠,

님 자신이,

님이 마주하는 그가

어제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재미있겠죠?!!

 미숙둥절은 오늘 여기서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