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잘 쓰고 계신가요

시작을 시작했을 뿐

2022. 9. 12.

19호 🚥잘 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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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호 🚥 잘 쓰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중국어를 무척 잘하고 싶은 미숙둥절입니다!

2022. 9. 13. 화요일 D-315

님, 요~기 위에 날짜 옆에 D-day 궁금하신가요?

님이 지금 받아보시는 레터, ‘미숙한이야기’의 ‘수명 연장의 꿈’을 결정하는 날입니다. 🤣 올봄 선물처럼 내게 다가온 친구의 은근한 권유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덜컥, 스티비 레터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딩동^딩동^ 감동스러운 피드백도 잘 받고 있어요. 감사랑~합니다 💕 그럴수록 맹숭맹숭 밋밋하기 짝이 없는 미숙둥절의 일상 가운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보내드려야 미숙둥절과 님이 서로에게 마중물 같은 존재가 될까, 뒤늦은 고민이 깊어만 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용기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년만 보내보자. 그리고 그때 나와 나의 이야기를 둘러보고 결정을 내리자!’ ‘미숙한이야기’의 D-day 카운트다운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미숙둥절과 미숙한이야기의 우당탕탕 성장 일기를 너그러운 눈빛, 솜사탕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님 🥰, 두둥~실 보름달 잘 만나셨어요? 소원도 비셨구요? 그 소원 꼭~ 이뤄지기 바라요 🙏 🙏

추석이라지만 예년보다 조금 이른 까닭에 둥절이네 동네는 황금빛 들녘이 아직. 그래도 코끝에 와닿는 공기 중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요. 연휴 덕분에 월요병은 스리슬쩍 넘겼나 싶지만 그래도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실질적인 월요일은 오늘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연휴 후유증과 월요병의 대환장 조합 😤 하지만!! 뒤끝작렬 연휴가 처음도 아니고, 뭐 올테면 오라죠. 님도 둥절이도 슬기롭게 보내면 되니까요.

오늘 메일을 클릭하다가 잘 쓰냐니, 뭘? 하면서 갸우뚱하지는 않으셨나요?

미숙둥절은 잘 쓰고 있습니다. ‘미숙한이야기’ 레터도 서툴지만 정성껏 써서 님께 매주 두 번씩 보내드리고 있구, 그러느라 둥절이 혼자만의 시간도 덩달아 기쁘게 잘 쓰고 있어요. 주머니 사정이 뻔한데 돈도 지나치게 잘 씁니다 🤣 조금 전에도 우연히 클릭했다가 통이 넓은 빠~알간 바지를 쿠폰 적용까지 하면서 절반 가격에 샀지 뭐예요 ㅎㅎ. 하루 1만보 걷기 모임의 오픈카톡방에 댓글도 심할 정도로 열심히 잘 씁니다. 스마트폰 어플도 나름^^ 잘 씁니다.

미숙둥절이 남다르게 잘 쓰는 게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투덜이 본능입니다. 뭐든 잘 먹고 어딜 가든 쿨쿨 잘 자고 까탈 부리지 않고 대충 대충 헐렁하게!! 그러다 같은 것을 살짝 다른 각도에서 ‘삐딱하게’ 보는 투덜이 본능이 반짝반짝 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옵니다. 🚨투덜이의 안테나가 작동하면서 뭔가 껄끄러운 신호를 잡아내면, 어울렁더울렁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대충 넘어가던 평소와 달리 “아니! 싫어!”라고 속내를 정확히 드러냅니다. 물론, 필요하다 싶을 때만. 아무 때나 깽판(!!)치는 무개념 막가파는 아니죵(아닌가?🤔🤣) 둥글지 못하고 모나 보이기는 해도 덕분에 제멋대로 잘 살고 있답니다.

아침에 만보걷기에 나섰다가 보았던 ‘깨진 쪽박’입니다. 미숙둥절에게 '쓸모'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 장본인이죠. 쫘~악 갈라졌을 뿐만 아니라 오래 써서 닳고 닳은데다, 묵은 때가 더깨처럼 눌러앉은 플라스틱 바가지가 어느 건강원 기계 위에 걸려 있었어요.

저 바가지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면 당연히 버려진 쓰레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양파나 호박을 씻는 기계 위에 저렇게 올라 앉아 있으니 뭐라도 용도가 있겠거니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쓴다, 쓰인다, 쓸모 있다, 쓸데없다’는 말들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추석 연휴라서, 1인 가구라서, 명절의 쓸모란 게 뭘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더라구요. 큰조카가 코로나에 걸리는 통에(한번 걸렸었고, 백신도 다 맞았는데 말입니다) 이번 추석까지 몇 번의 명절을 각자의 집에서 보내다 보니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 친지 모여 서로 덕담을 나누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아름다운 전통, 명절은 대부분 안 조용하잖아요. 다같이 모여 흥겨운 집안도 시끌벅적, 들썩들썩 그렇고, 온갖 시시콜콜한 문제로 아웅다웅 하는 집안도 그렇고, 큰 싸움이 벌어지는 집안은 훨씬 더 그럴 테고. 거꾸로 너무 조용해도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요.

요맘때가 되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각종 구태의연한 문제들을 접할 때면 본질은 사라지고 겉껍질만 남아 무의미한 소모전으로 전락한 명절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곱씹게 됩니다. 뭐든 쓰는 사람의 편의에 맞게 적재적소에 제대로 쓰이는 게 진정코 훌륭한 쓸모일 텐데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미숙둥절이 만보걷기 중에 건넌 횡단보도의 신호등도 그 쓸모가 자못 궁금했고, 반대로 야트막한 비탈길에서 마주친 거미줄은 제 쓸모를 다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시켰어요.

신호등은 교통법규상 필요하니까 거기 그렇게 세워졌을 테지만, 매번 그 자리에 서면 신호 무시하고 얼른 호다닥 건너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점멸등이라면 그래도 이해할 텐데, 거의 제로에 가까운 교통량과 선명하게 불켜진 삼색 신호등의 완벽한 부조화. 그 앞에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는 미숙둥절. 코미디가 따로 없어요.

그래서 사실 에둘러 가더라도 신호등 안 지켜도 되는 길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죠.

거미줄, 오늘 아침 뒷동산을 내려오다가 그녀석에게 걸려 하마터면 데구르르 구를 뻔했어요. 양쪽에 처진 거미줄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어주는 한 줄 거미줄이었어요. 뒤쪽에 우거진 나뭇잎 덕분에 거기 그런 줄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하다가 허걱 😵 실낱같이 얇디 얇은 줄 하나가 이마에 걸린 탓에 둥절이 다리가 휘청~~^^ 미숙둥절에겐 쓰잘데 없는 거미줄의 어이없는 공격이 어떤 거미인지 몰라도 그 거미에겐 엄청 쓸모 있는 한 방이었죠. 평생의 양식을 한방에 ㅋㅋㅋ😂

그러니 쓰는 사람이 어찌 쓰느냐에 따라 세상 쓸데 없어 보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물건만 그런 게 아닙니다. 뭘 하든 다들 그건 왜 하냐고, 뭐하려고, 대체 어디다 쓰려고 하냐고 묻습니다. 미숙둥절이 처음 중국어 공부를 시작할 때도 여기저기 쓸 데 많은 영어나 제대로 하지 뭐하려고 중국어는 대체 왜 공부하냐고들 했죠. 스페인어를 해보고 싶다고 하니 이미 늦은 나이에 평생 쓸 일 없을 거라는 사람도 있었구, 요즘 쓰담걷기도 그렇습니다. 좋은 일 한다고 인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간혹 야리꾸리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둥절이는 그냥 하는 거랍니다. 중국어, 그냥 시작했어요. 지금은 ‘읽을 만한’ 중국어 번역서를 세상에 내놓는 게 목표이면서 꿈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냥 하고 싶어서 했어요. 스페인어도 그냥 하고 싶고, 쓰담걷기도 처음 제안한 사람의 한마디가 맘에 들어 그냥 같이 시작했어요. 그저 하겠다고 선택했을 뿐, 시작을 시작했을 뿐이죠. 그 시작이 어디를 통과해서 어디메로 이어질지 스스로도 모르고 그래서 궁금합니다.

쓸모 있는 인간으로 어떤 위대한 일에 동참해서 업적을 남기고 이름을 만방에 떨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면서 매순간을 선택하며 살았다면 미숙둥절은 미숙하지 않고 꽤 성숙한 멋진 어른이 되어 지금과는 다른 곳에 있었을까. 그러나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 그저 갸우뚱~^^ 모르겠습니다.

단지, 지금까지 좌충우돌하며 터득한 삶의 진실을 마음에 새기면서 앞으로의 시간을 잘 쓰고 싶습니다. 저기 저 위에 깨진 플라스틱 바가지처럼 볼품 없고, 언뜻 보면 전혀 쓸모 없이 보여도 그 누군가에게는 요긴한 존재가 되어 잘 쓰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잘~ 써야겠죠. 님께도 오늘이 님 인생에 두루두루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쓸모 있는 하루가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