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호 🌈이곳에서 이렇게 있어요

월요일까지도 10월이었는데, 님도 미숙둥절도 이제 11월을 살고 있네요. 공휴일 없이 담백하게 채워지는 한 달.

바스락 바스락 낙엽 🍁 뒹구는 소리에, 공기를 타고 흐르는 마른풀 타는 냄새까지 더해지면 스산했던 마음도 잠시나마 훈훈해져요. 이슬은 곧 서리로 바뀔 것이고, 어둠은 성큼성큼 걸음을 서둘러 내릴 테지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던 지난 주말을 미안하리만치 무사히 보내고 10월의 마지막 날 아침을 맞았습니다. 역시나 잠을 설치다가 이른 새벽부터 눈이 떠졌어요.

그런데 핑그르르 😵‍💫 어지러워 🥴술 취한 사람처럼 일어나 앉기가 쉽지 않았어요. 왜 이러지? 혼자 그 까닭을 생각하는 동안에도 어질어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가 겁이 났어요. 그렇게 10여분을 자리에 누운 채 뱅글뱅글, 마음도 오락가락 헤매다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화불량인 채 잠들었다가 깬 아침에 나타나는 증상이 확실했어요. 비슷한 증상을 두어 번 겪었거든요. 약한 두통, 핑그르르 어질어질, 꼭두새벽부터 트림하기.

억울했어요. 사실, 전날 별루 먹지 않았거든요. 얼큰한 김치찌개 점심 말고는. 아무튼 그래도, 둥절이의 위에게는 부담이었던 모양입니다. 뜨끈한 물로 속을 달랜 뒤, 주섬주섬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코끝 찡하게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플로깅을 시작했어요. 쓰레기 주우려 고개를 숙일 때마다 어지럼증이 더 심하게 밀려들었어요. 살살 몸을 어르고 달래며 5천보 정도 걷고 귀가해 뜨끈한 물 한 컵을 천천히 마셨습니다.

트림이 조금씩 커지다가 급기야 뿌~ 웅 💨방귀가 나더니 더부룩하고 메슥거렸던 속이 풀렸어요. 두통도 어지럼증도 거의 해소된 듯했습니다. 역시, 욕심은 소화불량을 낳아요. 식단을 곱씹어 봐도 소화불량일 게 없고, 먹은 후에 바로 눕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몸에는 그게 무리였던 거죠. 욕심이 많았던 마음이 솔직한 몸을 살피지 못했지만, 몸은 제 역량을 알고, 무지한 마음에게 신호를 보낸 겁니다. 야, 그만. 🚫이러다 다 죽어~! 🤖

그런데 요즘 다시 생각하니,  그때 그 향긋한 커피 한 잔에는 달콤 쌉싸름한 커피 본연의 맛 외에도 골치 아픈 업무에서 잠시 벗어난 직장인이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맛이 함께 담겼더라구요. 하루 중 가장 짜릿한 순간이 느릿느릿 더디 흐르기를 바라는 가망없는 희망까지 더해서요.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카페’에서 들고 나와 떡하니 책상 한가운데를 차지한 모닝커피☕는 맛보다는 피곤한 아침을 깨우기 위한, 커피부터 마셔야 하루가 시작되는 직장인의 지친 일상에 수혈되는 각성형 커피일 때가 대부분이고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책상 앞을 떠나기 싫다는 것이랍니다. 출근하기 싫어 변명하는 거 아니냐구요? 그건 아니에요. 아직은 출근이 재미있으니까요.

시골이라 대중교통편이 적당치 않아 쓸데없는 시간 소모가 많으니 자차를 몰고 출근하는데 직장까지 10분 내에 도착해요. 새벽 어스름에 집을 나갈 필요 없이 느긋하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둥절이가 출근할 즈음 하루 가운데 가장 어여쁜 햇살이 둥절이 작은 책상을 지나 둥절이 없는 둥절이 방에 덩그러니 남아야 한다는 거예요.

환한 햇살과 함께 그냥 앉아만 있어도 흐뭇하고 평온할 시간. 작년 가을에 똭~ 그랬답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그때. 처음 이사들어온 이곳에서 아침에 잠깐,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곤 했어요. 고되고 힘든 번역 기간 내내 그 순간들은 무진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았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직장 그만두고 다시 꼭 🙏 🙏 🙏 번역하기로.

대신 좀 사치스럽게요.

열심히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워 화나는 그런 밥벌이 말구, 힘들어도 재미있는, 내 소중한 시간이 제대로 소모되는, 하루를 번역만 하고 보내도 흐뭇하고 뿌듯할 그런 번역을. 그래서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미련을 살짝만 남기고 기분좋게 출근합니다.

그러다가 뜻밖의 인연을 만날지도 모르는데, 아마도 그 인연은 단비같은 시절인연일 테니까요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