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고 거울에 머리를 부딪혀 까무러쳤다가 어렵사리 눈을 뜬 유민호(소지섭扮). 욕실에 피 흘린 채 널브러진 김세희가 이미 죽은 상태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쾅! 쾅! 쾅! 누군가 호텔 방문을 사정없이 두드립니다. 잠시 후, 경찰이 난입하고, 유민호는 이제 탄탄대로를 걷는 성공 신화의 주역에서 불륜의 주인공으로,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내연녀(김세희)를 살해한 용의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게다가 정황상 ‘유일한’ 용의자랍니다. 밀실 사건이었으니까 즉, 현장에 범인과 피해자 외에 들어왔거나 나간 사람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제가  안 죽였습니다. 나도 피해자라구요~~오!!!!!!”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민호 앞에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나타난, 승률 100%를 자랑하는 변호사 양신애(김윤진扮). 그녀는 단호한 표정과 건조한 목소리로 있는 그대로를 말하라고 합니다. 그래야 도울 수 있다고. 검사가 아는 사실을 자신이 모른다면 변론은 불가능하다면서요. 그런 양신애에게는 김세희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려는 열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단지, 아무리 봐도 자신의 변호인에게 불리한 그날 그 시각의 정황을 어떻게 교묘하게 풀어나갈지. 작정하고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그의 무죄 판결을 이끌겠다는 노련미를 뽐내죠. 자신의 눈에도 이미 거짓말이 뻔히 보이니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무죄 시나리오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라면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며 고상하게 윽박지르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

😌유민호씨, 고통 없는 구원은 없어요. 그러니 진실을 말해보세요.

차분하게 유민호를 달래는 듯하지만, 솔직히 그녀의 속내는

😡그러니까! 그러기 위해 필요한 사실을 얼른, 당장, 이실직고해!  

영화의 대부분은 눈이 쌓인 겨울 숲속 별장에서 응접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용의지와 그의 변호사 사이에 오가는 싸늘하게 날 선 공방으로 채워집니다.

난 억울하다, 나도 피해자다. 사고 당일 차를 몰았던 사람도, 접촉 사고로 위장하고 뺑소니를 친 사람도 모두 죽은 김세희(나나扮)이다.

이런 유민호의 주장에도 양신애 변호사는 멈추지 않고 질문을 계속하죠. 그래요? 그걸 정말 김세희씨가 다 했나요?

그리고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유민호의 입에서는 소름끼치게 놀라운, 너무 날것이어서 악 소리만 나는 자백이 흘러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 만화에나 나올 법한 구닥다리 돋보기 안경을 낀 할아버지 쌤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只能聪明一时，不能聪明一世。

zhǐnéng cōngmíng yìshí, bùnéng cōngmíng yísh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