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까치 까치 설날을 지나 우리 우리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죠?! 3, 2, 1, 보신각 타종과 함께 시작하는 1월 1일이 나비넥타이에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은 멋진 웨이터가 안내하는 고급 레스토랑에 두근두근 설레는 긴장감을 안은 채 들어서는 기분이라면, 코끝 시린 삼한 추위를 지나 새해를 다시 한번 시작하는 음력 설은 외할머니의 시골 밥상 앞으로 호다다닥 뛰어가는 기분입니다. 바글바글 찌개 끓는 소리에 귀가 즐겁고,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에 코끝을 벌름대면서 말이지요. 지난 해와 작별하고 새로이 꽉 찬 한 해를 맞아 어딘가 야무지고 꿋꿋하고 당차야만 할 것 같은 1월 1일의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느낌적인 느낌이죠.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갑게 손을 맞잡아 주는 외할머니의 푸근하고 정겨운 품에 기대는 기분.

설도 그렇고 연말연시에 선물들 많이 주고받으시죠?

회사를 다니면서 소소한 변화들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때” 되니 선물을 준비해 준다는 것이네요. 1인 가구로 살면서 갈수록 명절이 그저 집에서 늘어지게 잘 수 있는 날로 변하는 중이었는데, 살림에 요긴한 명절 선물을 받고 나니 오랜만에 명절이 명절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ㅎㅎ.  

선물이라고 할 때마다 자동완성 문장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엄마의 선물이 있습니다.  

👵“넘들은 돈 주고 사다가 주드만. 난 그럴 돈은 없고. 여기 이쁘게 피었잖냐? 이거라도 한 송이 꺾어다 주려고 그런다. 니 큰 올케 생일이잖어!”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친척과 그 자녀들에 손주 생일까지 줄줄이 꿰시던 엄마는 담장을 타고 오르며 싱그럽게 피어 있는 여름 장미를 보고 큰 며느리 생일을 떠올리신 거죠. 세련되지 못한 엄마가 또 얼마나 멋없이 장미를 건네실지 안 봐도 눈에 선하게 상상이 갔지만, 미숙둥절은 그 순수하고 수줍은 축하의 마음에 그만 울컥했었답니다. 

그리고 잊을 수도, 빼놓을 수도 없는 엄마의 선물은 양말입니다.

매해 추석과 설에 엄마는 식구 수대로 양말을 한 켤레씩 준비하셨어요. 가난해서 변변한 설빔, 추석빔은 엄두도 못 냈던 엄마의 궁여지책이었죠. 자식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손자 ,손녀가 하나씩 늘 때마다 양말도 한 켤레씩 늘었어요. 물론 브랜드 로고 따위 없는, 시골 장터에 엄마가 단골로 다니는 아주머니 보따리에서 나온 양말이었지만 명절 아침이면 다들 엄마가 준비한 양말을 하나씩 골라 신으며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들께 차례를 지냈답니다.

작년 봄부터 엄마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이번 설은 엄마가 요양원에서 맞는 두 번째 명절인 셈이죠. 주말에 뵈러 가서 한참을 같이 떠들다가 그만 돌아서 나오려는데 느닷없이 “언제 사올라고?” 물으셨어요.

밑도 끝도 없는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금세 알아들었어요. 이제 설 준비해야 하지 않냐고, 그러니 장 보러 갈 텐데, 당신 대신 양말 좀 사다 줬으면 한다고. 엄마의 물음 뒤에 생략된 말들을 짐작하는 까닭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고생하는 요양사님들에게 양말이라도 주고 싶은 엄마 마음에, 당신 생각을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말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이다가 급하게 한마디 내뱉으시는 노쇠한 모습에.

바로 장 보러 갈 거라면서 다음 주에 들고 오겠다고 했죠. 엄마는 시골 장터에 있는 당신 단골 가게에서 사기를 바라셨겠지만 미숙둥절은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블랙, 화이트, 아이보리, 카키, 브라운, 얌전하고 고상한 것 대신 일부러 알록달록 꽃무늬가 화려한 것으로 골랐거든요. 나이가 드니 빨강이 좋다고 미숙둥절에게 빨간색 차를 뽑으라던 엄마를 생각해서요.

엄마는 요양사님 맘에 들기를 바라시겠지만, 미숙둥절은 엄마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었으니까요. 나머지는 선물을 받은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지난 주말에 같이 갔던 오빠는 왜 그런 걸 사냐며 나무랐습니다. 둥절이 생각엔 양말 정도는 무난할 거 같은데, 오빠는 남들에게 눈총받는다구요.🙄😖

중국어로 ‘선물’은 礼物라고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첫인사로 건네는 선물을 见面礼 라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한자로 생각하면 禮物, 見面禮이죠.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 둥절이가 괜스레 좋아했던 어휘입니다. 예절, 예의, 예물이라는 우리말에 들어간 예(禮)는 어딘지 딱딱하고 거북했는데 그 한자가 ‘선물’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니 몽글몽글 사랑스럽게 들리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대신 보여주는 물건, 선물은 주는 이의 진솔한 마음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때 완성되죠. 그러니 주고받는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진심을 헤아리는 예의를 갖추는 게 마땅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울엄마의 선물은 소소하고 소탈하고 투박했지만 완벽했습니다. 그래서 둥절이 가슴 깊이 아로새겨졌고요.

가만 생각하니, 님 가슴 한 켠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선물은 무얼까 궁금해지네요. 그 선물은 님이 누군가에게 준 건가요? 아님 님이 받은 선물? 그때 그 선물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면서 잠시 달콤한 시간 가져보는 건 어떠세요? 아! 그리고 잊지 마세요. 오늘은 신이 님에게 보내주신 선물이라는 진실을요.

님, 오늘 선물 같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