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호 🍋 아슬아슬

지난주 목욜 저녁에 친구 Y가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 오늘부터 뭘 시작하면  연말이면 백일이래!! 백일챌린지 뭐 할까?

으응? 🤩 파바박 열정의 스파크가 튀는,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질문이 있을까요? 100일,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뿜뿜하는 숫자잖아요. 또, 연말이라는데 🤔뭐라도 해야만 할 것도 같고 말이에요. 

둘이서 설렘 폭발, 기대 만땅, 재미 만발 혹은 허세 작렬의 계획을 쏟아내며 주거니 받거니 톡이 오갔……어야 맞죠? 그런데 이를 어째요 😖 😹 미숙둥절은 그날 그 시각 떡실신 상태였어요. 전날 잠을 통 못 잤던 탓에 언제 잠들었는지 세상 모르고 자다가 새벽 1시쯤에 깜짝 놀라 깨서 뒤늦게 톡을 확인했고 대충 정리한 뒤에 다시 얌전히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머릿속에선 당연히 “뭐하지…… 백일챌린지?” 이런 저런 궁리가 한창이었죠.

그렇게 엉겁결에 시작한 나혼자 아니 친구랑 같이 한다, 연말 백일챌린지 요잇~땅!! 무슨 기록을 세우는 건 없구 몽땅 둥절이 마음 가다듬기에 해당하는 챌린지들. 그 중  “거울 속의 나를 보고 웃어주기”가 있답니다.

오늘 아침 세수하고 욕실 거울 속 둥절이를 보고 씨~익 🙂하는데, 갑자기 주말에 마주친 어떤 아저씨 말이 떠올라 깔깔대고 🤣 웃어버렸네요

정이 많은 사람들. 주변에 관심도 많구 종종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정이 많아도 너무 많아 흘러넘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는’ 상황이 속출하기도 합니다. 본인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으니까 도와주고 싶어서 나섰을 뿐이고, 또는 상대가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쓴소리도 하는 거라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으니 큰일이죠. 

그래서 누군가에게 다가선다는 일이 마치 땅에 발을 딛고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올라서자 마자 갑자기 폭이 확 줄어보이면서 한 걸음 내딛기도 아슬아슬한 평균대 같아요. 절대 헛디딜 리 없고 헛디뎌도 다칠 리 만무한 높이임을 인지하였음에도 어느 순간 뭔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후들후들 떨다가 결국 얼토당토않은 실수로 삐끗, 어~어~ 🤖, 꽈당 🥴 🥴 

상대를 향하는 진정어린 마음이 없어서 문제가 된다기보다 그 흐뭇한 마음을 언제 어떻게 보여주고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다정하고 끈끈해지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끔찍하게 정 떨어지는 사이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혹시 <천원짜리 변호사>라는 드라마를 아시나요? 지난 주말 우연히 재방송을 보다가 그만 찜!!을 외치고 말았어요. 이제 본방을 놓치면 재방이라도 꼬박꼬박 챙기려구요. 솔직히 <천원짜리 변호사>의 메인 캐릭터 천지훈 역을 맡은 배우 남궁민, 버터에 식용유를 바른 거 같은 느끼함에 웬만하면 패쓰~를 외칠 법도 한데. 게다가 주연이고 조연이고 유치할 만큼 오버하는 과장된 액션들도 딱히 둥절이 스똴이 아니구, 김혜수, 주지훈 주연의 <하이애나>를 살짝 비튼 듯한 설정도 신선도가 떨어졌구요.

그런데도 둥절이가 빠져든 건 천지훈 변호사의 의뢰인을 향한 건조한 관심 때문이었어요. 열정적으로 사건에 뛰어들어 온몸으로 여러 난관을 파헤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과몰입형이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상대측 피고인이나 검사를 다룰 때 역시 필승의 각오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구요. 다만, 사건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철저히 변론을 준비하면서 억울한 의뢰인을 살피는 시선은 따스하고 섬세했어요. 그런 세심함을 상대에게 다 드러내지는 않으면서도 말이지요.

‘공기 반, 진심 반’의 애정은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 있다는 스낵이죠. 봉지를 뜯자마자 푸시~익 쪼그라드는 진심. 크~다랗게 보여도 결국 상대는 그 안에 든 소량의 진심만을 느낄 수 있을 뿐. 그러니 안 보일까 봐, 쓸데없는 ‘질소’ 넣느라 기운 빼거나, 딱히 먹고 싶지도 않은 과자일지도 모르면서 내가 맛나다고 자꾸 남에게 안기지도 말자구요.  과자 봉지를 뜯고 기다리는 거죠. 먹고 싶은 사람은 같이 먹고, 아니면? 말고!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