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 🚥깜빡이는 신호등

하늘을 보는 소년

2022. 10. 10.

27호 🚥깜빡이는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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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호 🚥 깜빡이는 신호등

안녕하세요, 중국어를 무척 잘하고 싶은 미숙둥절입니다!

2022. 10. 11. 화요일 D-287

아, 아저씨, 더워요! 조금 전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미숙둥절이 속으로 크게 외친 비명입니다.

바깥은 비바람이 치는데…… 아니구나! 바깥에 비바람이 ‘치니까’ 유난히 예의바른 기사님이 히터를 켜셨더라구요. 의자 밑에서 팡팡 뜨거운 바람이 둥절이 동네 올 때까지 계속 뿜어나오는 통에 종아리가 훈제 닭다리 되는 줄요 😅 목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결국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고 머리를 질끈 묶고, 겉옷을 벗었어요.

그만 멈추고 바깥에 찬바람을 살짝만 들이마시고 싶은데, 비에 젖어 촉촉한 도로를 경쾌하게 밟으며 버스는 어둠을 뚫고 앞으로만 내달렸습니다. 목덜미를 훔쳐가며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죠. 드디어 휴게소 도착. 버스가 잠시 정차하고, 순간 고민했어요. 땀이 꽤 많이 나서 그대로 바람을 맞았다가 자칫 감기에라도 걸릴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화장실 급한 마음에 초조해지기까지 하면 엎친 데 덮친 꼴이 되니 얼른 다녀오기로 했죠. 동행했던 지인에게 물으니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겁니다. 기분좋게 따뜻한 수준이었던 거죠.

다시 ‘따뜻하게’ 달리는 버스, 맨 앞 좌석에 앉은 덕분에 통창으로 앞차의 불빛을 응시하는데 그 빛이 마치 점멸하는 신호등 같았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게 사실 삶의 축소판이지만 운전도 마찬가지 같아요. 점멸하는 주황색 신호등을 보면 어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잖아요. 속도를 줄이고 다음 신호를 기다릴 것인지, 얼른 그 신호를 빠져나갈 것인지. 차 한 대가 멈춰서거나, 반대로 직진 본능으로 들이밀거나, 그 판단에 따라 도로 상황은 달라지고 운전대 앞에 앉은 다른 운전자의 표정이 달라지죠. 아니, 뭐야! 밟아야지! 혹은 아슬아슬하네, 저러다 사고 나지.

미숙둥절은 예상하시는 대로 ㅎㅎㅎ 대부분 후자인데, 아주 드물게 액셀 대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속도를 줄일 때가 있죠.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고, 거울로 뒤에 따라오는 차가 없는 것을 확인했을 때입니다. 그렇게 멈춰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순간이 좋아요. 우~왓~ 이런 여유!! 앗~ 싸~이런 느긋!! 근사하다 😆 싶어서요 🤣

그런데 어쩌다 보니 2022년이 둥절이에게는 주황색 점멸등의 해인 것 같아요. 사실, 고민없이 원래 하던 대로 훅 지나쳐 앞으로 내달릴 수도 있었는데 무슨 조화였는지 정차했습니다. 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게 싫어서 14일 동안 5시에 일어나는 챌린지가 있다기에 2021년 연말에 별 생각없이 신청했거든요. 그리고 올해 1월 1일, 새벽 일찍 간신히 눈곱을 떼고 5시에 책상 앞에 앉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함께했습니다.

14일 예정이었던 챌린지는 아직 진행중이고, 그 챌린지를 성실(?)히 참가하면서 ‘김미숙’은 ‘미숙둥절’이 되었으며, 이번 한글날 연휴 동안에도 남북으로 부단히 돌아다니게 되었네요. 챌린지를 통해 알게 된 소중한 인연들과의 짧지만 아름다운, 짧아서 더 애틋하고 심장 쫄깃대는 만남을 위해서요.

조금 전엔 그 멋진 만남을 뒤로 하고 아쉽게 돌아서서 고속버스 안에서 따뜻하게 삶아지고 있었던 거구요 ㅎㅎ

이번 점멸등에서 멈춰서서 직진 대신 우회전으로 처음 생각했던 길에서 적잖이 벗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타고난 둥절미 제대로 발휘하면서 두리번두리번 한참 즐기고 있어요.

이렇게 얼마나 더 길을 벗어날지,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나치지 않고 잠시 멈춰섰던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어쩌면 이 길이 원래 미숙둥절이 가야했던 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도착지는 변할 리 없고, 중간에 풍경이 조금 변하는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니까요.

님

오늘도 월요일 같은 화요일이 다시 한번

오늘은 신호등 앞에서 뛰지 않는 하루 되기를

지난 토요일 님은 어디 계셨나요? 어디에 계셨든 날씨가 환상적이었죠?! 짧은 어휘가 안타까운 하루였어요. 하늘, 구름, 햇살, 공기까지 정말 어디 숨겨두고 조금씩 꺼내고 싶은 날씨에 또 한번 감동한 하루, 미숙둥절은 친구와 함께 멋진 작가님의 북콘서트에 가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꺄~악 고래 함성을 연신 질러댔답니다. 다음날 마주한 박노해님의 <하늘을 보는 소년> 일부를 적어보아요. 님은 하늘을 자주 보시는지…… 오늘도 기막힌 가을 하늘이 펼쳐질 테니, 자주 올려다 보시고, 이 시를 한 번 떠올려 보셨으면 해요.

가난이 서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因贫穷而悲伤时，我仰望天空

죽은 아빠가 그리울 땐 하늘을 보았어요

怀念去世的父亲时，我仰望天空

엄마가 아픈 날엔 하늘을 보았어요

母亲生病时，我仰望天空。

억울하고 따돌림 당하고 외로운 날엔

委屈、被排斥时我仰望天空

홀로 먼 길을 돌아가며 하늘을 보았어요

我独自徘徊仰望天空

기러기 떼 울며 나는 가을날이면

在雁群长鸣的秋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