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 🥤하는 듯 하지 않는

1회용 컵 보증금 300원

2022. 10. 12.

적정기술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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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호🥤하는 듯 하지 않는

안녕하세요, 지구별을 위해 아는 만큼

설령 그것이 모래알만큼 사소하다 할지라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미숙둥절입니다.

2022. 10. 13. 목요일 D-285

어떤 것에 스며드는, 무엇인가에 익숙해지는 것은 참 묘하고 놀라운 일이에요. 거의 다섯달 되어 가네요, 미숙둥절이 ‘플며든’ 플로깅에 스며든 시간이. 처음 시작할 때는 프리랜서로 일했으니 내 하루 시간 조절이 쉬웠고, 그 후로 단순 알바를 짧게 할 때도 오전이 통째로 자유로워 시간에 쫓기지 않았어요. 당연히 플로깅 시간을 따로 빼는 게 수월했죠.

그런데 지난주부터 9to6에 가까운 직장인이 되어 하루 가운데 골든 타임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몽땅 쓰다 보니, 허걱 😵‍💫 스케줄과 날씨까지 고려해서 플로깅하는 게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했냐구요? 놉! 지난 3주 동안 나흘 빼고 모두 플로깅 미션 클리어했슴돵~ 🤗 SNS 인증에 열성적이었던 때가 지나서인지 플로깅 크루들의 오픈카톡방 외에 인증샷을 따로 올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텀블러 챙기기, 수돗물 아껴쓰기, 엘리베이터 최대한 자제하기, 음식 남기지 않기, 1회용 대신 다회용 쓰기, 겉포장은 최소한으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그 의미만큼은 사소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물들기, 스며들기에 한창 신바람이 났어요. 되도록 적게 사거나 사지 않을 방법을 궁리하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구요.

그런데 플로깅을 하다보면 길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들이 대부분 담배갑, 담배꽁초, 과자봉지, 음료수 캔이나 병, 마스크, 티슈입니다. 이것들만 없어도 거리가 정말 깨끗할 거예요. 테이크아웃 음료를 위한 1회용 컵, 정말 애물단지입니다. 학교나 회사 근처에서 테이크아웃 음료를 사마시는 건 바쁜 현대인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만큼 거리는 테이크아웃 음료의 잔해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빨대, 찢겨진 컵 홀더, 다 마시지 않은 음료가 담긴 채로 사이좋게 나란히 버려진 컵들도 곳곳에 널렸어요. 그렇다 보니, 가볍지만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테이크아웃 1회용 컵입니다.

👩‍💼😊요즘 테이크아웃 컵 관련해서 뭐 변하는 거 없어?

👩‍🦱🤩아니, 없어요!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는 변하는 게 있는 거 같은데~ 우리 같은 개인 카페는 딱히 뭐 없네요.

동네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과 나눈 대화랍니다.

사실, 올 6월부터 1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제도 시행을 20여일 앞두고, 코로나 한파를 잘 견딘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돌연 12월까지 시행 유예가 발표되었어요. 게다가 9월 23일의 발표에 따르면 12월에도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 시대착오적인 개편 방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도 효과가 미흡하고, 미반환 보증금 관리의 투명성 문제와 국민 편익 침해 등을 이유로 이미 한차례 도입에 실패했던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소비자는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서 재활용 라벨이 붙은 1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사면서 보증금 300원과 함께 지불했다가,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습니다. 보증금제 적용 매장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다죠. 하지만 세척과 보관이 문제입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그 컵들을 떠올려보세요. 그것을 누가 다 씻고, 어디에 보관했다가 반납하겠어요. 그러니 이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할 카페 사장님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건 당연한 셈이지요.

어디 사장님만 그렇겠어요. 한산한 곳에 위치한 카페는 조금 덜할지 모르지만 손님이 몰리는 번화한 길목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생각만 해도 한숨만 나올 게 뻔하죠. 그렇지 않아도 오더 챙기기에 눈코 뜰 새 없는데 일거리만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말이에요. 물론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떠올랐지만, 성능평가를 통과한 업체가 아직 없습니다. 즉, 무인회수기 개발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성패는 미숙둥절이나 님 같은 소비자가 1회용 컵을 바라보는 인식에 있는 게 아닐까요? 300원이 아까워서 기필코 컵을 반납하는 시민이 얼마나 될지. 300원 그냥 버리는 셈 치는 소비자가 더 많지 않을까. 솔직히 대부분의 거래를 카드나 앱으로 결제하는 요즘이잖아요. 모닝커피와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이 일상인 사람이라면 매일 600원 동전이 주머니에서 딸랑인다는 뜻인가요 😆 🤣 아니면, 앱을 또 켜는 등 아무튼 뭔가 한번 더 조작해야 한다는 건데……결국 커피 가격만 오르고, 길거리는 여전히 알록달록 1회용 컵들로 넘치고…… 그러니까, 일상생활에 있어서 환경을 위해서라면 다소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다양한 제도를 고안하는 것보다 먼저라는 것이죠. 특히나 1회용 컵 보증금 제도처럼 강제성이 떨어지는 정책의 경우는 더더욱.

개인만 변하고 움직일 게 아니죠. 평범한 시민의 친환경 행동들이 의미가 있고 지속적이려면 그래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기업이 함께 발맞춰야 합니다. 님, ‘시’와 ‘도’로 부르는 ‘LG시도쏭’ 혹시 보셨나요? LG 임직원들이 출연해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개인 텀블러를 일상화하되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보증금을 내고 1회용 컵 사용하는 아주 간단한 문제도 이렇게 지지부진, 갈팡질팡 한다는 게 어이가 없어 보이지만 바로 그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LG시도쏭의 가사에서처럼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우리 같이 시도해, 기대할게 너의 찬란한 시도,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시시한 시도란 없어요.” 이런 영상까지 제작한 LG기업의 행보에 자못 기대감 뿜뿜 😻 😍입니다. 님, 오늘 텀블러 꼭 챙기시구~ 테이크아웃할 때 꼭 한번 생각하기로 해요. 미숙둥절도 꼭 실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