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 언제

지난 주말 친구 E가 찾아왔습니다.

E는 요즘 마음 한 켠이 늘 무겁고 어둡다고 했습니다. 올가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문득문득 눈물이 나는데, 여기 시골 장항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어머니 걱정에 슬퍼할 겨를도 없기 때문이죠. 넋두리 들어 드리려고 매일 전화를 하지만 자주 내려오기는 힘들고, 늘 활기 넘치던 엄마가 부쩍 말수가 줄고, 목소리에도 힘이 없고 ……

E의 넋두리나마 둥절이가 오래 들어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옆에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어야겠다며 E는 서둘러 친정집으로 돌아갔고, 이튿날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그대로 다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로 되돌아갔답니다. 우리 일상은 왜 이렇게, 언제나 이토록 녹록하지가 않은 걸까요! 😨 

친구(親舊), 가깝게(親) 오래(舊) 사귄 사람. 님은 많으신가요? 둥절이는 없습…… 아니 극소수입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고 연락이 끊겼다가 스물다섯에 다시 만나 음~~청 붙어다녔던 E는 친’구’인 거 맞죠? 🙃 E는 둥절이가 마지막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15년전인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아무튼 그때 E는 결혼해 포근한 둥지를 틀었고, 얼마 지나 둥절이는 중국으로 떠났죠.

오늘 둥절이가 친구 타령을 하는 건 올해의 흐름을 분석해 이듬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시작점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루틴 챌린지를 함께 하는 이들 가운데 몇명이 독서 모임도 같이 하는데요, 11월에 같이 읽기로 했던 책이 바로 <트렌드 코리아 2023>였거든요. 김난도 교수님을 비롯한 서울대 연구진은 2023을 내다보는 키워드로

“RABBIT JUMP—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를 제시하며  

관계, 일터, 공간, 나이 등 모든 것이 재정의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둥절이는 그 가운데 B부분에 해당하는 ‘인덱스 관계’에 대한 요약 정리를 맡았구요.    

‘인덱스 관계’라니…… 읽기 전부터 감이 왔어요. 거. 부. 감.

어쨌거나 책에서는 수단이 본질을 바꾼다고 하더군요. 각종 SNS의 발달로 관계 맺기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학연 또는 지연으로 맺어진 소수의 친구들과 정을 돈독히 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각각의 관계에 적절한 색인을 붙여 다차원적으로 ‘관리’한답니다.

그러니까 ‘친구’ 혹은 ‘친하다’는 말에도 다채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죠. 각종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타인의 일상에 관심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로 서로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1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하는 정도의 관계가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사적인 일상까지도 모두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어설픈 변명 따위는 통할 수 없는 관계도 있는 거죠.  그리고 이런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중심에는 항상 ‘나’가 있고요.

님은 어떠세요? SNS를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

미숙둥절은 올해 514챌린지를 하면서 가까스로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몇 장 올려보고 블로그도 끄적여보긴 했지만 그런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를 드러내거나 타인과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게 매우 낯설고 서툴기가 짝이 없답니다. 팔로어, 서로 이웃 등이 나와 친구라고 할 수 있나, 그들을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가, 저들은 왜 나를 팔로우 하는가를 생각하면 금세 흥미를 잃고 시큰둥해지죠.  결국 SNS세상에서 스스로 뒷걸음질 치는 중이구요 😅 

게다가 홀로 중국에서 있으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지내는 동안 둥절이는 마음을 달리 먹었거든요. 여러모로 나와 죽이 잘~ 맞는 친구를 사귀는 것도 참 멋진 일이지만, 그런 특별한 인연을 기다리거나 애태우면서 멀리 찾아나서기 보다는 지금 나와 이곳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친구 대하듯 매일을 기분 좋게 지내기로요. 둥절이가  어디론가 떠나게 되어 더는 그들과 만날 수 없게 되더라도 그들은 그곳에서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삶을 아름답게 이끌고 있을 것이고 둥절이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절인연과 행복한 일상을 누릴 테니까요. 반드시 오랜 세월을 동고동락하는 것만이 좋은 친구는 아니지 않을까요?!!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   

화폐 대용으로 쓰였던 조개를 양 갈래로 늘어뜨려 돈뭉치를 형상화 한 ‘붕(朋)’ 자보다 훨씬 정감있죠?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구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