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잘 지내시죠?

잘 지낸다,는 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님에게 어떤 하루였는지요? 앗! 🤡 질문이 한쪽으로 쏠려버렸군요. 님이 미숙한 이야기를 읽는 지금이 이른 아침이거나 오후의 어느 한 자락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둥절이가 미숙한 이야기를 쓰는 시간이 까만 저녁, 휘황한 불빛들 사이로 어둠이 촘촘하게 내려앉은 시각인 까닭에 그만∙∙∙∙∙∙. 그래도 잠시만 눈을 지그시 감고 찬찬히 생각해 보죠. 이제 영원히 과거가 되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린 ‘하루’가 어떠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  

오늘 새벽, 번쩍 눈이 뜨였습니다. 그렇지만 벌떡 일어나 부지런을 떠는 대신 이불을 끄집어 당기며 뭉그적댔어요. 마치 졸고 있는 짝꿍을 엿보면서 키득댈 때처럼, 알람아, 뭐하니 어서 풍악을 울려라~ 하는 심정으로 뒹굴뒹굴 일부러 딴청을 피웠답니다. 그 순간, 반달이 눈에 들어왔어요. 밖이 환하다 싶었는데 아파트 앞 동 옥상에 머리꼭지가 걸렸더라구요.

달빛이 비추는 창밖을 응시하다가 기지개를 쭈~욱 켜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반달을 좀 더 잘 보려고 가디건을 챙겨 입고 베란다로 나갔지만 으스스한 새벽 한기에 바로 돌아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물 한 컵을 천천히 마시면서 오늘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리랜서로 집에서 번역할 때, 정말이지 악착을 떨어가며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려 애를 썼어요. 그보다 먼저 번역을 할 수 있을 만큼 중국어 공부와 일을 병행할 때는 더 말할 나위 없었구요. 언제나 극도로 목표 지향적이었죠. 이제 뭘 하나, 선택의 고민이랄 게 없었답니다. 혼자만의 시간들이 지극히 단순하게, 평화롭게 흐르는 하루였죠.

출근하는 직장인이 된 요즘도 둥절이의 하루는 단순하게 흐릅니다. 회사에 가기 전, 회사 내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탈출한 다음. 탈출? 네!! 탈출! 출근의 목적은 원래 퇴근, 칼퇴 아니었던가요? 어쨌거나 회사를 충분히 의식하면서도 회사를 깔끔하게 외면한 채 온전히 나 혼자만의 자유를 틈틈이, 요령껏 누리려는 선택의 순간들이 하루를 채웁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새벽 산책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어젯밤에 잠들 때만 해도 편의점에 들러 부드러운 크림치즈 빵과 모닝커피를 상상하며 무척 달떴었는데, 새벽달을 보고는 그 달을 쫓기로 했죠.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에∙∙∙∙∙∙ ⭐🌠별을 헤던 윤동주 시인이 갑자기 떠올라, 둥절이는 노란 달님에게 둥절이의 꿈을 속삭였어요. 소박하고 간단하니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함께요.

음, 역시~ 🤗달빛의 살가운 유혹에 고분고분 넘어가, 그 코끝 시린 새벽에 현관문을 열고 나간 건 멋진 선택이었어요. 미세먼지 수치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촉촉한 새벽 공기마저 달디 달았거든요.

직장을 다니던, 프리랜서로 일하던 하루 중 자유시간의 짜릿함은 취미를 찾아 자신을 담금질하는 순간에 있죠. 어디까지 나아갈지, 앞으로 무엇이 될지 미리 정하고 시작해도 좋겠지만 그저 좋아서 그 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그런데, 사람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잘하고 싶어집니다. 잘한다,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해답이 여럿 존재할 테고요.

둥절이에게는 서예가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벼르던 서예를 어쩌다 시작은 했는데 코로나를 핑계로 손을 놓았지 뭡니까.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전에도 그랬지만 연습 시간을 빼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고심 끝에 출근 전 40여분을 서예 연습하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하다 보면 1시간 정도 뺄 수 있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웬걸? 시간은 아직도 빠듯하고, 아니, 점점 더 줄고,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쓴, 괴발개발이 된 내 글자를 보노라면 기분이 엉망일 때가 많았어요. 노트에 쓰는 글자도 뭐 그리 잘 쓰지 않으면서 화선지 위에 쓰인 몇 글자를 인정하기는 참으로 곤혹이었어요.

그 곤혹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다가, 오늘 아침 둥절이의 선택은 ‘절반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탈출한 저녁에 한번 더 쓰자는 생각에 아침에는 절반만 쓰기로 한 거죠. 결과요? 여전히 꽝이죠! 하하하 그래도 시간에 쫓겨 잘못된 글자를 반복하는 것도, 그것을 보면서 쓸데없이 짜증스레 하루를 시작하는 악순환은 거기까지만.

음, 역시~🤣 ‘절반의 선택’ 또한 기똥차게 훌륭했어요. 오늘 아침 마음이 한결 가벼웠거든요.